커리어심리학연구소 :: '나는 가수다'를 보는 직업적 시선

공중파 방송의 일요일 오후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가 여러 가지 이유에서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나는 처음에 이 프로그램의 제목과 진행방식을 얼핏 듣고 싫증을 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인 분위기에 편승해 프로가수들에게도 적용하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나는 가수다'를 시청하면서 참 좋은 인상을 받았다. 실력파 가수들의 집중과 몰입이 진지했다.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공정한 방식이었다. 일곱 명 중 한 명의 탈락을 필수로 하는 서바이벌 게임의 방식에 대한 합리성 여부를 떠나 참가자들이 동의한 방식이라면 그럴 수도 있었다.

나는 일과 직업, 커리어에 관해 연구하고 글을 쓰고, 강의와 상담을 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가수다'에서 몇 가지 의미 있는 모습을 보았다.

 

1. 가수들의 자기 일과 직업에 대한 태도가 보인다.

'나는 가수다'는 적절히 연출된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가수 경력과 실력이 쟁쟁한 가수들이 미션으로 지정받은 노래를 자기 나름대로 소화해서 불러야 하는 꽤 어려운 작업이었다. 대중 앞에서 그렇게 능숙하게 노래하던 가수들이 초긴장 상태에서 노래하는 모습도 보았다. 프로 가수들, 그들도 평가받는다는 조건 아래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낯선 사람들로부터 평가받는 '사회공포증'의 전형적인 현상이다. 그 긴장되는 프로그램 전후의 준비과정과 무대에서의 모습은 우리의 감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것은 긍정적인 자극이다. 왜냐하면, 내가 본 것은 그 가수들이 일(work)로서 노래하는 행위, 직업으로서 가수를 대하는 태도를 보았기 때문이다. 자기 일을 사랑하며, 열정을 쏟아 몰입하는 노래하는 장인의 모습을 본 것이다.

 

2. 자기 장르와 선호를 떠나 어떤 곡에도 온 힘을 기울이는 모습이 좋다.

아무리 직업 가수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장르가 아니면 부르기 쉽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가수다'의 가수들은 그런 한계를 인정하고 자기 무대로 불리한 곡을 끌어들여 멋지게 소화해냈다. 박정현은 천부적인 재능을 살려 노래의 음률을 완전히 탔다. 김범수는 외모에 대한 소극적 평가를 무색하게 할 만큼 실력과 재능을 맘껏 발휘했다. 정엽은 인지도가 가장 떨어졌음에도 이른바 뽕짝에 가까운 '짝사랑'을 기막히게 소화해냈다. 윤도현은 중간평가에서 어울리지 않는 장르로 고생하여 탈락을 예견케 한 것을 뒤집어 자신의 강점 무대인 락으로 훌륭하게 변신에 성공했다. 백지영은 정통파 가수들보다 노래 실력이야 모자랄지 몰라도 '슬픈 목소리와 창법'으로 자신의 무대를 장식했다. 그 가수들은 평가받는 두려움에도 자신의 과제와 일을 맡아 끝까지 성심껏 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노래를 일과 직업으로 하는 사람의 마음가짐과 태도를 보았다. 물론 일곱 명 가운데 가수 경력의 차이를 넘어 잘 소화하는 사람과 덜 그런 사람을 어렵지 않게 가릴 수 있었다. 가수 개인에 대한 나의 선호와 달리 자기의 무대로 낯선 노래를 끌어들여 다루는 솜씨에서 차이가 났다. 엄밀하게 말하면 그것은 일에 대한 진지함의 차이였다. 탈락 가수가 지정되는 것이 번복되고 다시 기회를 주는 데서 문제가 불거졌지만 일곱 명의 가수 누구도 손해 볼 것이 없는 꽤 멋진 일을 해냈다.

 

3. 선의의 경쟁이 무엇인지 보여줄 새싹

'나는 가수다'의 탈락자 결정 번복과 재도전 기회를 놓고 굳이 '공정 사회'의 논리를 대고 싶지는 않다. 내가 보기에 그것은 분명히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이 확실한 '사고'였다. PD의 결정이나, 재도전 기회를 받아들인 가수의 의도된 '잘못'이라고 보기보다는 일에 대한 욕심이 부른 '큰 실수'였다고 인정한다.

이 프로그램이 사랑받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5백 명의 청중평가단에 의한 공정한 평가 덕분에 가공된 ''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선후배 가수들의 온 힘을 다한 열정과 아름다운 노래와 공연에 대한 아낌없는 박수가 좋았다. 자신의 탈락 여부를 떠나 아름다운 도전에 극찬하는 것은 일에 대한 진지한 태도를 보인 사람에 대한 기분 좋은 예우이다.

우리는 필요 이상의 무한경쟁에 노출된 불행을 자초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가수다'는 그 무한경쟁의 폐단이 아닌 '선의의 경쟁'이 무엇인지 그 싹을 보여주었다. 동료끼리 서로 지지, 응원하며 객관적인 평가에 대해 초연할 수 있는 그런 경쟁 말이다. PD와 그 가수의 일에 대한 과욕이 그 멋진 선의의 경쟁에 본의 아니게 규칙을 깬 것은 참 아쉬운 일이다.

 

4. '나는 작가다', '나는 청소부다'라면 어땠을까? - 감동을 주는 숨은 이유

'나는 가수다'를 보고 눈물지었다는 사람이 많다. 나 또한 그랬다. 사람들은 왜 가수들의 노래에 감동했을까? 물론 가수들의 아름다운 노래와 공연이 감동적이어서는 당연하다. 하지만, 그 이유만으로는 왠지 부족함이 있다. '나는 가수다'가 감동적인 감추어진 이유는 사람들은 그들의 노래와 무대 뒤의 모습에서 '자신의 직업과 일'을 보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세상의 무수한 일과 직업 가운데 한 가지를 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사람들은 정말 열심히 일한다. 세상에 보이는 것은 무대 위의 가수처럼 겉모습이다. 하지만 '나는 가수다'는 무대 밖에서 가수들의 긴장한 모습, 자기 일을 잘 해내고 싶은 욕망을 모두 보았다. 그래서 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나는 가수다'를 감동적으로 보았으리라.

그래서 자신의 직업이 작가인 사람은 '나는 작가다'를 되뇌었을 것이다. 청소부인 사람은 '나는 청소부다', 간호사인 사람은 '나는 간호사다', 사회복지사는 '나는 사회복지사다'를 마음속으로 외쳤을 것이다. 어느 직업인들 이렇게 현장 앞과 뒤를 생생히 보여준다면 모두 감동적일 것이다. 어떤 직업과 일 모두 그것을 열렬히 사랑하고 모든 것을 다 바쳐 일하는 사람들이 꽤 많기 때문이다.

일에는 세 가지의 차원과 정체성이 있다. 돈을 위해 일하는 생업(job), 돈과 명예, 출세를 위해 일하는 직업(career), 일 자체를 사랑하고 그 일이 세상에 보탬이 된다고 여기는 천직(calling)이 그것이다. 우리 사회가 더 윤택해지려면 직업(career)에서 천직(calling)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많아져야 하지 않을까. ‘나는 가수다는 그 새싹을 보여주었다.

 

5. '나는 가수다'의 가수들은 스트레스마저 즐겼다.

'나는 가수다'에서 배울 점이 있었다. 그 멋진 가수들은 자신의 스트레스마저 즐겼다. 서바이벌 방식에 대한 부담, 장르가 다른 노래에 대한 부담 등 스트레스가 엄청나 보였다. 그러나 이 스트레스가 부정적인 스트레스인 디스트레스(distress)와 다른 점은 목표를 향한 밝은 스트레스 즉, 유스트레스(eustress)라는 점이다. 스트레스의 밝은 면을 제대로 즐기는 것이다. 이 유스트레스야말로 우리가 일을 좋아하거나, 행복해하는 정서를 뛰어넘어 실질적 성과로 나가는데 동기가 된다.

 

6. 즐거운 일을 하되, 힘껏 하자

일은 사람의 행복을 좌우하기도 하고, 행복한 감정은 일의 성공 여부를 좌우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행복해진다. 또한, 일하는 데서 행복해야 일의 성공도 이룩할 수 있다. '나는 가수다'는 진정으로 자기 일을 좋아하고, 좋아하는 일에서 높은 성취에 도전하는 멋진 직업인들과 우리 이야기의 한 모습이다. (2011. 4. 5)

Posted by 커리어심리학자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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